영화 정보
-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 장르 : 드라마, 역사, 전쟁
- 출연 :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등
- 국내 개봉일 : 2024년 6월 5일
- 상영 시간 : 105분
- 상영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수상 내역 :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제96회 아카데이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및 음향상
영화 줄거리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소장이었던 실존 인물인 루돌프 회스 가족의 모습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루돌프 회스와 아내 그리고 5명의 아이들이 함께 거주하는 사택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담벼락 하나로 나뉘어 있어요. 영화는 수용소 내부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루돌프 회스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회스는 수용소를 관리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수용소 소장이자 워커홀릭의 모습이며, 회스의 아내는 넓은 정원을 정성 들여 가꿀 만큼 집에 대한 애정이 깊고 꽃이 만발한 정원과 내부의 수영장에서는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을 주로 보여줍니다.
담벼락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는 듯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느껴지는 악의 평범성
관람평
(여기서부터는 내용에 영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동안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영화관에 가지 않았었는데요,
몇 주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예고편을 보고
개봉하면 꼭 보러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주말 아침 조조로 영화를 보고 바로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ㅎㅎ
우선 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 없이 잔인한 영화
이렇게 한 줄로 정리하고 싶네요..
홀로코스트 영화지만 나치의 만행이나 잔인함이 직접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회스 가족의 일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데, 그 장면들의 영상미가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불편하고 긴장됩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그 집의 담벼락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회스의 아내는 아우슈비츠의 집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유대인 가정부도 여러명이 있고,
넓은 집과 마당, 온실을 열심히 가꿀만큼 집에 대한 애정이 높습니다.
그래서 남편인 회스가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자신은 떠나지 않겠다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꿈꿔 왔던 집을 이제야 가졌다며 떠나기 싫어하죠.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지옥이었던 아우슈비츠가 누군가에게는 떠나기 싫은 낙원 같은 곳이었다는 설정에
마음이 무거워지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 루돌프 회스는 아이들에게는 자상하고 따듯한 아버지입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함께 강으로 놀러 가기도 하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죠.
그렇지만 그는 아우슈비츠의 소장으로서의 임무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가스실과 시체 소각장 건설을 고민하고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며
유대인을 학살하는 일의 효율성을 고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가스실의 설계도를 보여 주며
"한 번에 500명씩, 하루에 만 명이상도 가능하다."라는 말을 합니다...
또 회스가 아이들과 카약을 타고 강으로 놀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회스는 여유롭게 낚시를 하고 아이들을 신이 나서 물놀이를 즐깁니다.
그런데 그때 무엇인가가 강을 따라 흘러들어 오게 되는데,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학살한 유대인들을 화장시키고 남은 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회스가 그것을 확인하고는 급히 아이들을 물에서 꺼내고 집으로 가자마자 깨끗이 목욕을 시킵니다.
마치 묻어서는 안 될게 묻은 것처럼 유난을 떨며 아이들을 씻기더라고요....
영화는 이렇게 잔인한 학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평화로운 가족의 일상을 중심으로 보여주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일상적인 장면과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던 잔혹한 역사적 비극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의 이런 감정을 고조시키는 가장 큰 역할이 영화의 음악입니다.
특히 영화의 시작과 끝에 장면의 전환 없이 들리는 음악은 정말...
기괴하지만... 그와 동시에 진짜 엄청나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음악인데 사람의 울부짖음처럼 느껴지는..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 음악을 듣고 나니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총소리와 나치 군인들의 고함소리, 비명소리 같은
여러 소리들이 함께 뭉개져서 자꾸 들리는데요,
이 소리가 회스가족의 일상적인 장면 내내 배경음악처럼 옅게 깔려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다른 것을 신경 쓰는 모습들이 참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배경음악 갔던 소리가 조금 더 명확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정원의 잘 가꾸어진 꽃들의 모습이 하나씩 클로즈업으로 보이는 장면인데...
예쁘게 핀 꽃이 나오는 화면과 너무 대비되는 괴로운 소리들이 들려
임팩트가 엄청났던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스토리가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야기가 기승전결로 진행되지 않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어서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치 못한 화면 전개와 엄청난 사운드효과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러닝타임 내내 긴장하며 몰입해서 감상했었어요.
또 잔인한 장면이 없음에도 역사적 비극의 잔인함이 너무나 잘 느껴져서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다는 표현보다는 불편하지만 임팩트가 강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홀로코스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정말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반드시 영화관에 가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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