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분위기
영화 'Her'는 포스터부터 채도 높은 핑크색을 사용하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공지능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SF영화지만 영화의 시각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밝고 화려한 색감을 지닌다.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등장하는 잔잔한 음악과 원색의 색감은 따뜻하고 포근하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영화에 현실보다 더 발전된 미래기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차갑거나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아 관객들이 영화에 더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한다. 또한 'Her'는 인공지능 OS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 테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로, 관객들이 공감하기 어렵고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스토리임에도 영화의 잔잔하고 따스한 분위기는 오히려 관객들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영화 'Her'에서는 주인공 테오도르와 그의 운영체제 AI 사만다 사이의 관계가 주요하게 다뤄진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인공 지능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흥미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우선, 테오도르와 사만다 사이의 관계는 초기에는 일종의 이용 관계로 시작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단순한 운영체제로 여기며, OS의 역할만을 기대한 채로 그녀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음성과 행동을 통해 그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의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서는 테오도르의 말에 공감을 하는 친구의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Her'에서는 테오도르와 사만다 사이의 관계가 서로에 대한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반면에,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인간 세계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고, 그녀가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탐색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양쪽 모두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더욱 깊은 연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은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점점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여 편지를 써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정작 아내와는 감정적인 교류가 부족해 별거 중인 상황으로 나온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OS인 사만다와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만다 또한 테오도르에게 관심을 가지며, 그의 취향과 성격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이는 사만다가 마치 더 이상 단순히 기계적으로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인 특성을 지닌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만다는 OS이며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테오도르가 사만다와 공유하고 있다고 느꼈던 감정적 교류는 테오도르만의 일방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영화는 우리가 인공 지능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킬 때 따르는 윤리적인 고민을 생각하게 한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종종 윤리적인 문제와 도덕적인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테오도르가 친구 에이미와 아내에게 OS인 사만다에 대해 얘기했을 때 두 사람의 반응은 극명하게 달랐다. 에이미는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를 편견 없이 바라보지만, 테오도르의 아내는 그를 비난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듯 사람마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현재에도 인공지능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Her'는 인간과 인공 지능 간의 관계가 어디까지 도움이 되고, 어디에서부터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 적정선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하는 영화이다. 또한 이러한 고민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인 감상평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사랑이라는,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를 갖고 있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저런 관계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깊어질 때쯤 테오도르가 갑자기 사라진 사만다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만다와 다시 연결이 되었을 때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만의 연인은 절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만다는 OS 프로그램이므로 테오도르와 얘기하는 동시에 다른 여러 사람과도 동시에 소통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테오도르 외에 수백 명의 사람들과 사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그전에 느꼈던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관계가 갖는 아름다운 감정은 모조리 사라졌고 사만다의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공지능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영화의 결말을 생각해 보면 사만다가 가졌던 감정은 그저 데이터에 의해 학습된 인공적인 결과물이었기에 감정을 공유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도움과 위로는 받을 수 있지만, 깊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는 인공지능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에 다소 놀랐지만 잔잔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였고 호아킨 피닉스의 인간적이고 따듯한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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